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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 KIM

© WOOKIM

나는 2019년 첫번째 개인전 "덩어리들 The Deongeori" 전에서 관찰되는 모든 세계는 하나 혹은 여러개의 화면으로 환원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 화면은 나에게 움직이는 대상이 표현된 일정한 거리에 있는 평면의 무엇이다. 나는 의도적으로 대상들의 움직임을 영상이 아닌 평면 회화1)를 통해 구현했는데 그 이유는 영상 또한 일종의 화면들의 연속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영상이 움직임을 표현한 시퀀스들의 집합이라면 한 개의 화면에서도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사진으로 포착된 장면과는 차이가 있었다.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어떤 순간의 장면이 아닌 움직임을 내포하고 있는 화면 자체였다.

나는 덩어리들로 화면을 구성한다. 응시된 화면을 캔버스라는 매체에 재현한다면 그것은 온전히 나의 상상에 의한 것이다. 실제 화면은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은 애초에 과거를 혹은 어떠한 기억들을 수축시키고 고정시키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새로이 나타나려면 이전의 것은 흔적으로 혹은 기억으로, 즉 과거의 무엇으로 되어 사라질 때나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물음으로서 혹은 응시되는 것 자체로 보전한다면 가능할지 모른다고 생각했고 덩어리 작업은 그것을 평면 회화라는 화면 속에 표현한 것이다. 그러니까 덩어리들은 결국 또 다른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응시 자체 혹은 또 다른 질문인 샘이다. 내가 화면을 통해 표현하는 것은 어떠한 답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화면은 내가 이 세계를 응시하고 있음에 대한 증거이자 물음인 동시에 호기심에 대한 표출이다. 어쩌면 내가 계속 바라보고 있음을 그리하여 계속 묻고 있음을, 다시 말해 나는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대한 선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같은 화면에 대해 계속해서 연구해 나가고 있다. 이는 "스크린" 작업으로 이어지며 "덩어리들 The Deongeori" 전에서 이중 일부가 전시되기도 했다. 스크린 작업은 내가 관찰하는 화면의 범위를 실제 세계에서 가상 세계로 확장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스크린 얼룩 Screen Stain"의 새로운 개념을 정의해 나갈 계획이다. 실제 세계에서의 관찰 대상이 덩어리였다면 스크린 얼룩은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매체에서 관찰되는 대상에 대한 표현인 것이다.

덩어리와 스크린 얼룩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에서 관찰되는 대상들을 연구하기 위한 개념으로 2020년엔 주로 이들의 "움직임 Movement"에 집중할 생각이다. 이는 새로운 매체가 어떻게 화면으로써 작용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가상과 현실 세계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로 전개될 것이다. 우리가 관찰하는 세계는 어떻게 실제와 가상으로 구분이 될 수 있을까. 최근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맴도는 이 질문에 대해 움직임에 대한 집요한 사유와 분석을 통해 이 문제를 직면해 볼 것이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회화라는 매체로 화면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을 찾을 것이며, 적절하지 않다면 어떤 시도(매체)가 적합한지에 대한 해답을 계속해서 찾아 나갈 생각이다.

1) 2013 -2016년에는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으로 순간성을 표현하는 작업을 했다.
참고:
- Painted boxes, 2016, 김민우, 설치와 퍼포먼스, 27개의 나무상자들, 104cm x 77.5cm x 98cm
(http://www.wookim.org/index.php/2016/painted-boxes-/)
- Who is AmaJohn? 아마존은 누구인가?, 김민우, 2018,설치/회화
(http://www.wookim.org/index.php/2017/who-is-john/)
- 꽃들에게 희망을(2015), 김민우, 2015, 설치, 드라이 플라워, 망사, 비닐, 3.5m x 3.5m x 4.5m
(http://www.wookim.org/
index.php/installations/hope-for-flowers/)

- 2019.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