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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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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그리고 충돌에 대하여 - 김민우, 2019

덩어리들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유유히 흐르던 덩어리들이 충돌했다. 서로 다른 - 서로 닮은 - 진동하는 다양한 색의 덩어리들은 충돌해서 섞이고 폭발하고 변형하고 증식한다. 덩어리는 충돌로 인한 충격으로 상충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 혹은 덩어리가 아닌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는 덩어리 주변의 흐름에도 변화를 준다.

연작 안녕하세요(2019)는 충돌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반적으로 "안녕하세요"는 예의와 반가움을 표현하기 위해 상대에게 건네는 인사의 말이다. 인사는 사람을 만나 가장 먼저 하는 행위로 인사를 함으로써 서로를 인지하고 소통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역설적이게도 인사의 행위에서 폭력성을 발견한다. 왜냐하면 모든 충돌이 인사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인사는 타자와의 경계를 허문다. 허물어진 경계는 경계를 넘어 타자의 영역으로 침범과 위반을 가능하게하고 그 곳에서는 충돌이 일어난다. 인사는 이러한 충돌과 위반에 대한 최초의 선언인 것이다.

위반은 기존에 유지되어온 질서를 무너뜨리고 원래 있던 것과 새로 들어 온 것 사이에 충돌을 야기시킨다. 충돌은 만남, 소통, 대화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방해, 침범, 침입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작가는 이와 같은 모든 충돌적인 사건들에서 일종의 폭력성(violence)을 발견한다. 가령 외부의 어떠한 자극도 없는 평화로운 하루 중 무심코 받는 인사는 당혹스럽거나 불편하기도 하다. 이와 같은 인사에 대한 관점은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오래 거주한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불어로 안녕하세요를 뜻하는 bonjour는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쓰는 인사말이다. 불어권 국가에서는 보통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누지만, 알지 못 하는 사람들도 인사를 주고 받기도 한다. 특히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하는 문화에서, 건네 오는 인사를 피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심리적으로 충분히 가깝지 못하다고 느끼는 상대와도 인사를 나누는 문화에서 작가는 긴장감과 압박감을 느꼈음을 이야기한다.

거울은 나와의 충돌이라고 볼수 있다. 우리는 매일 거울로 나를 만난다. 거울에 있는 나를 보고 나는 거울 속의 나와 눈을 마주친다. 그리고 인사를 나눈다. 인사를 나눔으로써 거울 속에 있는 나는 타자가 되며, 나와 그 사이에는 경계가 생긴다. 거울은 일종의 화면으로 거울 속에 있는 나는 타자화된 나이다. 그리고 거울은 타자화된 나에게 인사를 하는 공간이다. 타자가 된 나와의 만남은 충돌을 야기한다. 이것은 매일 겪는 자아와의 충돌일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나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매일 하는 것이다.

안녕하세요(2019)는 회화 4점과 거울 3점, 총 7점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회화 4점은 4개의 다른 화면 속에 색깔 덩어리들의 충돌을 표현했다. 3가지 색의 거울 3점은 관객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충돌을 표현할 것이다. 이번 연작의 7개의 색은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의 무지개 색이다. 예기치 못하게 마주치는 형형색색의 무지개와의 만남의 순간은 항상 반가움과 기쁨으로 가득차있다. 인사는 충돌에 대한 선언이지만 무지개와의 만남처럼 반갑고 놀라운 기적을 만드는 순간임에도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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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yeong-ha-se-yo, 2019, oil, acylic, mirror, wood panel